이제 출발선에 선, 11기 변호사님들을 위한 (극도로 주관적인) 커리어 치트키 [제1편]

시작은 언제나, 면책공고입니다. 이런 글의 특징상, 전국 3만 명의 변호사님들의 각양각색의 삶을 한 편의 글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를 잘 아는 선배 변호사님들께서 읽으시면서 "어? 이건 틀린데?"라며 전화주실 것이 매우 걱정되므로, 기재된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학설, 아니, 수필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완벽한 표본을 갖추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100% 정확하진 않더라도 제가 그동안 변호사 업계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 사항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11기 변호사님들에게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미약하게나마 포스트-사법고시 시대에 지식이 축적되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많은 선배 변호사님들처럼, 저 역시 어쩌다보니 병행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서 저를 뭐라고 소개하는 것이 맞을지 고민이 되었는데, 저는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창업하여 IT 스타트업도 운영하고, 그래서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까지는 인도에서 몇 년 동안 손으로 카레를 먹으면서 생활하다가 귀국하여, 현재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및 한국법조인협회 회원이사로도 일하고 있는 김정우 변호사라고 합니다. 작년에 신규 변호사님들을 위한 행사들을 많이 기획하면서 느낀 점들이 많았고, 올해는 제가 보통 신규 변호사님들께 자주 드리는 말씀들을 정리하여 블로그 형태로 남겨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음 말씀은 이것입니다.


이제, 자신감을 가지셔도 됩니다.


제가 작년에 처음으로 10기 변호사님들을 위한 멘토링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많이 느낀 것이, 상당 수의 변호사님들께서 자기도 모르게 움추러들어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면서 '나도 비슷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마 학점, 리트, 로스쿨 3년, 변호사시험, 그리고 실무수습이라는, 5-6년 동안 '외부적 평가의 연속'을 거치면서 많이들 수동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개구리를 오랫동안 수족관에서 키우면, 나중에는 딱 그 수족관 높이만큼만 뛸 줄 안다는 그 유명 일화가 생각나더라고요.


제가 왜 이 말씀을 드리냐면, 작년에 너무 많은 10기 변호사님들께서, "저는 OO를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몰라서 걱정이에요.", "저는 OO를 하고 싶은데, 일단은 서초동에서 수습하면서 송무부터 배워야겠죠?"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위 'OO'은 본인이 진심으로, 커리어적으로 원하는 것을 상징하는데, 그 속에는, 주식, 금융, 부동산, 보험, 의료, 창업, IT, 미술 또는 노래 등 무엇이든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용기를 갖고 본인의 'OO'를 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정도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 업계에서는 정말 끝이 없어요. 박사학위, 전문분야 등록, 변리사 연수, LL.M 유학, 미국 변시 등 하다보면, 뒤를 돌아보면 20년이 지나가 있습니다.


요즘 워낙 로스쿨 경쟁률이 높아져서 아마 합격하신 11기 여러분들께서는 대체로 학부 시절에 수석급으로 공부를 잘하셨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보면 막상 공부를 훨씬 더 오래 했음에도 학부 동기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미래를 더 불안해하고, 주변 눈치를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전혀 모르는 분야로 진입하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컨대 "저는 금융 쪽으로 가고 싶은데, 아무 것도 몰라서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서 3년 뒤에 이직할까요"라는 식의 질문 역시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지금 여러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기 때문에, 조금 작은 곳을 가더라도 '지금' 가는 것이 낫지, 굳이 시간을 늦출 필요가 있나, 싶은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11기 분들께서는 압도적인 과반수가 비법학사이신데, 이는 여러분들께서 인생에서 3년 정도를 투자해서 메인 필드를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하셨다는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30년 동안 커리어를 쌓는다면, 지금 알래스카에서 에스키모법을 전문으로 하겠다고 해도, 그 분야의 정상을 찍는 데에 전혀 늦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는 뭉치면 강력합니다. 그런데 성향상 대부분 개인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느끼기에, 변호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1) 사회 모든 분야에 진출해 있다는 것과, (2) 속한 단체마다 대체로 인정받는 직위에 있고, (3) 그러면서 구성원 모두 비교적 동질적인 아이덴티티를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즉, 변호사 단체를 통해서 한 다리 건너면, 많은 기업에서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가까운 선배, 후배, 또는 동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회사생활을 오래 해보진 않았지만, 예컨대 LG전자 부장님이라고 SM 엔터테인먼트 부장님을 직접적으로 컨텍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어쨌든 변호사들에게는 이게 비교적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직이 잦다 보니, 특정 기업에 대한 애사심보다는 동종 업계에 대한 동료심이 강한 것 같습니다.


또 달리 표현하면, 뜻이 맞는 변호사 10명이 모이면, 정말 압도적으로 큰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변호사들을 일정 기간 이상 결집시키기 정말, 정말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국 로펌 규모 분포만 봐도 그렇습니다. 11기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전국에 변호사 (파트너와 어쏘 합쳐서)가 10명 이상 있는 로펌 (또는 법률사무소)은 몇 개가 될까요? 50-60개 내외입니다. 소속 변호사가 30명 이상 있으면, 단숨에 거의 전국 탑 25위에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왜 이렇게 규모 있는 로펌이 적을까요? 특히 별산제인 경우에는, 구성원 모두가 이득을 보는 게임이 아닐까요? 40명의 변호사가 조금씩 갹출한 다음 하나의 간판 아래에서 영업하고, 합동하여 예컨대 "전국 로펌 규모 20위" 등으로 광고하면, 당연히 구성원 모두에게 이득이지 않을까요? 나아가 전국 3만 명 중에서 40명의 변호사를 모으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릅니다. 대부분의 로펌들은 조금만 규모가 커져도 세포분열을 막 합니다. 워낙 뛰어난 인재들이 많은 직역이다보니, 연예인들이 성공하면, 결국 독립하여 자기만의 엔터테인먼트사를 설립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인 것 같습니다.



"자문을 해야 하나요? 송무를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둘 다 하실 확률이 80%입니다.


작년에 많은 10기 변호사님들께서 "수습 때는 송무를 배워야 하니까 무조건 로펌을 가라"는 말과, "송무는 언제든지 자리가 있으니 T.O.가 있을 때 사내변을 지원해라"는 식의 상충되는 얘기들을 들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대해서 너무 깊게 고민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먹이냐 찍먹이냐, 또는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이와 결이 비슷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앞으로 30년의 커리어 동안, 둘 다 경험할 확률이 80%입니다. 그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한 것은, '분야'입니다. 즉,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이전에, 내가 진짜로 치킨을 먹고 싶은 것인지, 부먹이냐 찍먹이냐 이전에, 내가 정말 앞으로 1년 동안 탕수육을 먹을 준비가 된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본인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서두르지 마세요.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가장 흔하면서 안좋은 케이스가, 동기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아무 생각없이 가장 처음 합격하는 곳을 들어가는 것입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도박이나 정치에 빠지지 않는 이상, 생계를 걱정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속도보다 방향이, 앞으로 여러분께서 어느 산의 정상에 올라설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변호사 취업시장이 레몬 마켓 중에서도 깔라만시급 레몬 마켓이기 때문에 (레몬 마켓이라는 것은, 정보비대칭이 높다는 것입니다), 전체 변호사 업계의 지형도 맵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본인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약간 비추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변호사단체 활동을 많이 하세요. 그래야 맵을 빨리 익힙니다.


홍보 좀 할게요. 그런데 제가 받은 만큼 여러분들께 돌려드리려고 하는 취지가 더 큽니다. 믿어주세요.


아마 여러분들께서 올라가야 하는 '테크트리'가 지금까지는 비교적 명확했을 것입니다. 주변에서 '앞으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가만히 앉아서 그 정보를 '소비'만 해도 되었습니다. 메가로스쿨 가면 리트 비법을 가르쳐주고, 서로연에서는 '학토리'에 맞는 로스쿨을 추천해주고, 로스쿨에서는 교수님들께서 학점 잘 받아서 '검클빅' 가는 로드맵을 그려주시고, 그리고 합격의 법학원에서는 변시 잘 보는 방법을 알려줬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각자도생입니다. 좋은 클라이언트들이 모인 곳이라든지, 좋은 사내변 자리는, 친한 선배 변호사를 통해서가 아니면 알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물론 오해하지 마세요, 선배들을 깍듯하게 모셔야 한다는 그런 쌍팔년도식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변호사 업계가 워낙 점조직 형태로 산재되어 있고, 또 일상적으로 내밀한 정보를 다루는 직역이다보니, '인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특성을 빨리 인정하고 준비할수록, 맵을 넓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는 신입 변호사님들만의 고유한 특권이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때 필요한 인맥을 형성하는 것이 편합니다. 솔직히, 엊그제 합격한 여러분들께서 당장 웬만한 로펌의 대표 변호사님께 콜드 이메일을 보내서 조언을 구하더라도, 아마 시간을 내어 만나주실 것입니다. 아니면, 저처럼 MBTI가 I로 시작해서 쌩판 모르는 사람한테 연락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저한테 따로 연락주시면 제가 관심분야에 계신 분들과의 접선을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개업 (또는 창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빨리 정할수록 유리한 것 같습니다.


혹자는 "나는 지금 당장 개업할 돈이 없어서, 돈을 좀 모아서 개업할래"라고 합니다. 얼핏 들으면 당연한 얘기인 것 같고, 저 역시 똑같이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면 100% 맞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신입 변호사님들은 2-3년 동안 정말 많이 모아봤자 1-2억 일 것인데, 제 경험상 3년 동안 어쏘 생활을 하다가 전문직 대출을 껴서 3억으로 시작하는 변호사가, 내일 당장 하나은행 교대점에서 전문직 대출을 받아 1억으로 시작하는 변호사보다 성공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나는 아직 법을 잘 몰라서, 몇 년 동안 실무를 배우고 개업할래"라고 합니다. 그 동생격 되는 표현으로는 "어쏘 생활을 하면서 인맥을 좀 쌓을 수 있지 않을까"가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어쏘에서 개업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과정'은 마치 피카츄가 라이츄로 진화하거나, 3선 국회의원이 대통령 출마하는 것처럼 동일 선상에서의 레벨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마이클 조단이 농구하다가 어느날 야구를 하겠다는 것이나, 로스쿨 교수가 어느날 리트 추리논증을 가르치겠다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즉, 비슷해 보이면서도 완전히 종목이 다른 경기입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최종 꿈이 '개업 (파트너) 변호사'라면, 하루빨리 실전을 뛰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추가적으로, 많은 변호사님들이 그동안 학점, 리트, 로스쿨, 그리고 변시를 준비하며 미뤄왔던 일들을 향후 2-3년 내에 다 이룹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결혼이 있습니다. 한때 저는 '법률혼의 요건에 의사의 합치와 관할기관에 대한 신고만 있으면 돼'라고 간단하게 생각했었지만, 주변을 보니 대체로 결혼식 준비는 시간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더라고요.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삼성증권 법무팀에서 10년 넘게 일하시다가, 경영진과 친분을 쌓고 퇴사한 뒤, 일종의 '민간 전관'처럼 해당 기업의 사건들을 전담하는 로펌을 설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뭐 당연히 어쏘 생활이 개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데, 다만 제 경험상 이는 진짜 복불복이고 특히 상장사들은 갑자기 경영진 전체가 물갈이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것을 기대하고 사내변 가는 것은 비추입니다. 추가적으로, 이때 주로 들어오는 질문이, "그러면 사내변 말고 대형 로펌에서 오래 근무할 경우에는 저런 특전 같은 것이 없을까요?"인데, 제 경험상, 아무래도 국내 다른 산업에 비해 작은 법률시장의 규모 때문인지, 당연히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일반 기업에 비하여 로펌 하나를 먹여살릴 정도로 일감을 덜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마통을 뚫고 서초동 넥스트데이 (변호사용 공유오피스인데, 얼마 전에 구경갔는데 꽤 시설이 좋더라고요. 대충 1인용 변호사 사무실당 월 150만원 정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에 개업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언젠가 개업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로펌 브랜딩에서부터 리퍼럴 영업, 콜드 이메일, 제안서 피칭, 블로그, 네이버 CPC 광고, 대학에서 최고위과정 수강 등 수없이 많은 영업 채널들을 하루빨리 마스터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11기 변호사 진로탐색 및 네트워킹 간담회 안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님들의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지원하며, 이러한 취지에서 11회 신규 변호사님들을 대상으로, 한국법조인협회와 함께 다양한 변호사 진로탐색 및 네트워킹 이벤트를 기획하였으므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